ICC에서의 형사절차는 사태회부(국가회부, 유엔 안보리 회부 또는 검찰국의 직권에 의한 절차개시) – 예비조사 – 수사개시 – 공소사실확인심리 – 1심재판 – 상소심재판의 순서로 진행된다. 공소사실확인 심리 절차는 예심재판부가 ‘피의자가 기소된 범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형성하는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여 피의자를 1심공판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서 필터링 기능을 한다. 1심재판부는 예심재판부의 법적 판단에는 기속되지 않고, 예심재판부의 공소사실확인결정에서 확인한 범죄사건에 관한 “사실과 정황”에만 기속된다.
2021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ICC는 13개 사태에서 수사개시를 하였고, 총 30개 사건이 종결되었거나 계속 중이다.
ICC는 범행지배설을 바탕으로 정범과 공범을 구분하면서, 간접정범 법리와 공동정범의 법리를 결합시켜 ’간접적 공동정범(indirect co-perpetration)’을 정범형태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고 있다. ICC는 간접적 공동정범을 크게 2가지 사례군에 적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수인이 공동으로 타인 또는 조직/집단을 지배하여 범죄를 범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수인이 각자 자신이 지배하는 조직을 이용하여 공동으로 범죄를 범하는 경우이다.
로마규정이 정범/공범의 구별기준으로 범행지배설을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출발하여 ICC가 취하고 있는 간접적 공동정범 법리를 비판하는 견해도 있지만, 로마규정상 간접적 공동정범이 정범의 한 유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현재 ICC가 취하고 있는 간접적 공동정범 법리는 너무 확장적으로 정범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 후자의 견해는 ICC가 ‘공동의 목적’ 또는 ‘공동의 계획’이라는 요건에서 특정 범죄를 범할 목적 또는 계획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필적 고의를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으며, 이 경우 발생한 범죄에 대해 “의도” 또는 “인식”을 가지지 않은 상위층 지도자까지 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나라 판례 중에는 간접정범 법리와 공동정범 법리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판시한 판결이 있다. 이 판례가 이른바 ‘조직지배 이론’ 또는 ‘정범배후의 정범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기에 ICC 판례가 채용하고 있는 간접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지만, ICC에서의 간접적 공동정범의 인정여부 및 인정범위에 대한 논의 및 논란은 형법상 간접적 공동정범의 인정여부 및 인정범위를 밝히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국제인도법에 의하면 많은 전쟁범죄는 민간인 또는 포로 등 적대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전투원에 대해 행해진 중대 인권침해행위인 경우 에 한해 전쟁범죄가 성립하는데, 이를 ‘전쟁범죄의 상호주의적 기원’이라고 한다. 로마규정은 기존의 ICTY-규정 등에 비해 보다 상세히 ‘전쟁범죄로서의 성범죄’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데, ‘같은 무력집단 소속 전투원에게 행해진 성폭력범죄에서도 전쟁범죄로서의 성범죄가 성립하는가’라는 문제는 지금까지 국제형사재판소 판례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ICC는 Ntaganda 사건에서 최초로 이에 대해 다루었고, ‘확립된 국제법에 의하면 전쟁범죄로서의 강간 또는 성적 노예화가 성립되기 위해 피해자가 상대방 무력집단 소속일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같은 무력집단 소속 아동병사들에게 가해진 성폭력행위에서 전쟁범죄로서의 강간 및 성적노예화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결내용에 대해 국제인권단체는 적극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 법학자들은 재판부가 제시하고 있는 논거는 논리적 설득력이 빈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Ntaganda 사건에서 재판부는 민간인 비Hema족(Hema족이 아닌) 여성들을 강제로 무력집단 캠프로 약취하여 가사 일을 시키고 지속적으로 강간한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전쟁범죄로서의 강간 그리고 전쟁범죄로서의 성적 노예화를 인정하였다.
일본군 위안부 사례는 아동병사 사례에 상응하기보다는 비Hema족 여성 사례에 상응한다. 따라서 Ntaganda 사건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같은 무력집단 전투원에게로 가해진 성폭력행위에서 전쟁범죄로서의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상관없이 일본군 위안부 사례는 전쟁범죄로서의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로마규정은 ①공소장 제출 후 공소사실확인심리 개시 전 단계, ②공소사실확인 심리 단계, ③공소사실확인결정 후 1심공판 개시 전 단계, ④ 1심공판 단계로 나누어 공소사실 변경 및 법적 평가의 변경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 검찰국은 공소사실확인심리 개시 전까지는 수사를 계속하여 예심재판부의 허가 없이 공소사실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소사실 확인심리 개시 후 1심공판 개시 전까지는 예심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공소사실을 변경할 수 있는데, ICC 판례에 의하면 공소사실확인심리 개시 후에 수사를 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허가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한 기준이다.
1심공판단계에서는 공소사실확인심리에서 확인된 사실과 정황을 초과하지 않는 한, 법적 평가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통지하고. 방어준비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편의를 보장한 후 재판부는 법적 평가를 변경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다면, 평의단계에서 법적 평가를 변경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ICC에서는 피해자변호사도 법적 평가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ICC에 비해 피해자의 절차상 지위가 약한 우리나라의 형사절차와 비교할 때, 피해자의 의견진술권 범위・효력을 어떻게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와 관련하여 시사점을 줄 수 있다.
ICC는 검사측이 제출한 증거가 너무 불충분한 경우 피고인측 반대증거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무죄판결을 하거나 절차를 종결하는 ‘No case to answer-판결’을 인정하고 있다. ‘No case’판결을 할 정도로 검사측 제출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일사부재리효를 가지는 무죄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법방해행위 등으로 인해 검찰국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한 경우 일사부재리효가 인정되지 않는 단순절차종료판결로서의 ‘No case 판결’도 인정하고 있다. No case 판결의 인정요건 및 인정범위, 그 효력 등에 대해 보다 상세히 살펴보는 것은 검사의 불충분한 증거수집에 기해 기소된 사례에서 사안에 적절한 재판형태를 모색하는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ICC는 2015년에 Lubanga 상소심 배상판결을 통해 피해배상명령의 5가지 필수적 요소를 확립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2021년 3월 ICC는 Ntaganda 배상명령에서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한 배상원칙을 제시하였고, 非加害원칙을 제시하였으며, 초세대적 피해를 인정하여 강간 또는 성노예의 피해자로부터 태어난 아동들을 직접 피해자로 인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급한 보호를 요하는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고, 피해배상은 단순히 피해자의 이전 상태를 회복시킨다는 기능을 넘어 그 설계, 실행, 효과에 있어서 해당 사회를 변혁시키고 교정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ICC는 피해배상의 종류로 집단배상과 개별배상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집단에 대한 배상이지만 개인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개별적 요소를 갖춘 집단배상’도 집단배상에 포함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금전적 혜택’을 집단배상으로 구성하게 되면 각 개인의 피해에 대한 평가 없이 일괄하여 일정액을 배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집행에 있어서 보다 효율적일 수 있고, 집단배상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피해자신탁기금의 입장과도 충돌 없이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피해자들에 대해 보다 신속한 배상의 길이 열리게 된다. 집단배상을 명하는 경우 1심재판부는 피해배상명령, 실행계획안에 대한 허가,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등 3단계에 걸쳐 피해배상명령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3단계의 사법통제는 일응 확립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ICC에서의 피해배상은 체계적인 규정의 미비, 선례 부족, 재판관들의 다양한 해석, 관련 업무 소관 다툼, 현장에서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연도 많이 되고 혼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판결례가 쌓이고, 앞서 진행된 배상절차를 통해 시행착오도 겪으며, 각 기관과 부서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절차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Ntaganda 배상명령은 여태까지 확립된 원칙과 경험의 총합으로서 과거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을 잘 정리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에 따라 앞으로 배상절차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신속하고도 충분한 배상을 바라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ICC의 피해배상은 어렵고 복잡하기만 할 수 있다. 판례로 형성된 원칙과 절차를 규범화하고 각 기관과 부서가 모여 협력하지 않는다면, 어느덧 ICC 체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피해배상 제도에 대한 피해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현행 체제의 미비점들에 대해서는 시급히 제도를 설계하고 명문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만 제도 시행 초기에 겪었던 혼란과 지연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2014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수용소 등지에서 교도관에 의한 강간, 강제낙태, 성적 굴욕 등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가 빈번히 일어났다고 한다. Ntaganda 사건은 성범죄 피해자가 배상 대상자에 포함된 ICC 최초의 사례인데, 앞으로 이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위해 어떠한 조치가 취해졌고, 집단배상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향후 (통일 후) 북한에서 발생한 국제범죄 관련 배상체계 설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관련자에 ‘성폭력피해를 입은 사람’도 포함되었고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상담ㆍ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규정이 도입되었는데, ICC에서의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당장 우리나라에서 과거 군부 등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참고가 될 수도 있다.
국문요약 1
제1장
박경규
서 론 7
제1절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목적 9
1.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조직・구성 및 법원(法願) 9
2.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11
제2절 연구범위 및 연구방법 12
제2장
박경규
ICC에서의 형사절차 진행 개관 및 사태・사건의 현황 15
제1절 ICC에서의 형사절차 진행 개관 17
1. 서설 17
2. 사태회부 및 예비조사 18
3. 수사 및 기소 25
4. 공소사실확인심리 28
5. 1심재판 29
6. 상소심재판 30
제2절 사태 및 사건의 현황 31
제3장
김성규
간접적 공동정범(indirect co-perpetration)의 의의 및 법리적 문제점 37
제1절 서설 39
제2절 로마규정 제25조 제3항의 해석론 43
1. 로마규정 제25조 제3항에 따른 범행가담형태 43
2. 정범과 공범의 구별 45
3. 정범과 공범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의 ‘범행지배(control over the crime)’ 47
제3절 간접적 공동정범의 의의 52
1. 공동정범(co-perpetration)의 개념 53
2. 간접정범의 개념 57
3. 간접적 공동정범(indirect co-perpetrator)의 개념 및 그 법리의 적용 60
제4절 간접적 공동정범의 법리와 법률주의 66
1. 로마규정 제25조의 해석과 간접적 공동정범 67
2. 로마규정 제21조와의 관계 79
제5절 간접적 공동정범의 법리와 개인책임의 원칙 81
1. Kenyatta and Muthaura 사건 및 Al-Bashir 사건에 있어서의 간접적 공동정범의 경우 81
2. Katanga and Chui 사건 및 Bemba 사건 등에 있어서의 간접적 공동정범의 경우 85
제6절 정리 및 전망 87
1. 간접적 공동정범의 법리에 관해 제기되는 문제점 87
2. Ntaganda 사건에 대한 결정의 시사점 89
3. 범행지배설에 대한 비판과 그 과제 92
4. 간접적 공동정범의 법리의 보편화? 93
제4장
박경규
같은 무장집단 구성원에게로 가해진 성폭력범죄에서 전쟁범죄의 성립여부 97
제1절 문제의 소재 99
1. 로마규정상 ‘전쟁범죄로서의 성범죄’ 99
2. 전쟁범죄의 상호주의적 기원 101
제2절 Ntaganda 사건 104
1. 관련 공소사실 104
2. 공소사실확인결정(2014.6.9.)에서 예심재판부의 판단 106
3. 피고인의 관할권 항변에 관한 상소심재판부의 판단 108
4. 1심판결(2019.7.8.) 112
5. 상소심판결(2021.3.30.) 115
제3절 검토 및 시사점 116
1. 검토 116
2.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시사점 120
제5장
박경규
공소장변경 제도 123
제1절 공소장 변경 제도 개관 125
1. 공소장 제출 후 공소사실확인심리 개시 전 125
2. 공소사실확인 심리 단계 126
3. 공소사실확인결정 후 1심공판 개시 전 128
4. 1심공판 단계 130
제2절 쟁점별 검토 132
1. 피의자/피고인의 권리 보장 132
2. ‘사실과 정황을 초과할 수 없다’의 의미 및 판단기준 138
3. 피해자의 공소사실변경 신청: Lubanga 사건 144
4. ‘No case to answer 판결’과의 관계 146
제6장
김세욱
ICC 피해배상의 최근 동향 149
제1절 도입 151
1. ICC 피해배상 제도의 배경 및 법적 근거 151
2. ICC에서의 피해배상명령 현황 152
3. 논의 전개 방식 154
제2절 피해배상 원칙의 확장 155
1. Lubanga 상소심 배상판결의 의미 155
2. Ntaganda 배상명령으로 확대된 피해배상 원칙 157
제3절 피해배상책임 범위의 확정 162
1. 피해액을 정하는 방법과 기준 163
2. 공범자의 존재로 인한 책임 제한 가부 169
제4절 피해배상의 종류(type): 집단배상과 개별배상 172
1. 집단배상과 개별배상의 개념과 장ㆍ단점 172
2. 이른바 ‘개별적 요소를 갖춘 집단배상’ 174
3. 배상 종류 간 우선순위 175
제5절 피해배상의 방식(modalities) 176
1.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피해배상의 방식 176
2. Ntaganda 피해배상명령에서 정한 방식 177
3. 피해배상 방식에 관한 피해자들의 선호도 177
제6절 피해배상 실행계획안(Draft Implementation Plan) 178
1. 피해자신탁기금을 통한 피해배상의 근거 178
2. 피해자신탁기금에 의한 실행계획안의 제출 179
3. 실행계획안 제출 후의 절차 179
4. 피해배상 실행계획의 구체성 정도 180
제7절 ICC 피해배상에 대한 비판적 검토 183
1. ICC 피해배상 제도의 한계와 현행 체계에 대한 비판 183
2. ICC 피해배상의 개선방안 및 향후 과제 195
제8절 ICC 피해배상제도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 203
1. ICC 피해배상 제도에서 착안할 사항 204
2. ICC 피해배상과 국내 피해배상 간의 관계 205
제9절 소결 207
제7장
박경규
맺음말 209
참고문헌 217
Abstract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