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라남도 도민 여러분,
여수·순천 10·19 사건 유가족 여러분,
여순사건 73주기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참 긴 세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정부가 주관하는 첫 기념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여순사건으로 목숨을 잃으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을 잃은 큰 슬픔을 참으면서, 죄인처럼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념식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
1948년 동짓달 스무날, 일제의 엄혹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삼 년째, 가을 추수에 들떠있던 호남의 마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두 동강이가 났습니다.
서로 익히 알고 지내던 평범한 한 동네 이웃 사람들끼리 원치 않게 적이 되었고, 해방 후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과 혼란 속에서, 그 많은 생명들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되셨습니다.
그토록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어디에 제대로 하소연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숨 막힌 세월을 살아온 지가 수십 년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우리가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결코 흘려보낼 수 없는 아픈 역사입니다.
여수와 순천의 시민 여러분,
그 통절한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픈 역사를 되짚어나가는 일은,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억울한 영령들을 위로하고, 갈가리 찢어진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우리 이웃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면, 그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지난 6월 29일,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여야 없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제정된 특별법이 화합과 통합의 역사를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될 때까지 각고의 노력을 해 주신 소병철 의원님과 여야 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일을 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힘을 모아주신,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님, 김한종 전라남도 도의회 도의장님, 그리고 모든 전남도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유족회 연합회장님들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전남도민 여러분, 유가족 여러분,
이제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유가족 대부분이 80대 이상의 고령이십니다.
평생 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우리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내년에 출범하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를 중심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여순사건의 아픔이 치유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73년 동안 풀리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상흔이 더 큰 평화와 상생의 길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함께 그 뜻을 키워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순사건 희생자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여순사건 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여순사건 유가족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